달콤쌉쌀 인생 크레이프🍰

달콤쌉쌀 인생 크레이프🍰

Hailily 2025. 1. 9. 04:56

내 인생의 그림은 아주 여러 레이어가 겹쳐져 완성되는데 그중에서도 하루 8시간씩의 시간을 할애하는 중요한 레이어가 있다. 나를 먹고살게 해주는 그 레이어! 초등교사 레이어다.
 
 
 
벌써 내가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작은 도전들이 진한 경험이 되어 층을 이루었고 이 경험들이 한 겹 한 겹 쌓여서 "달콤쌉쌀 인생 크레이프"가 되어가고 있다. 신기하다.

달콤쌉쌀 인생 크레이프 🍰

 
 
 

2015년 3학년 담임
2016년 6학년 영어 교과전담, 방송반 및 해양소년단 담당
2017년 6학년 담임, 학교홍보 담당
2018년 5학년 담임, 나이스 및 정보공시 담당
2019년 4학년 담임, 나이스 및 정보공시 담당
2020년 4학년 담임, 안전체육 부장
2021년 3학년 영어 교과전담, 안전생활체육 부장
2022년 4~6학년 영어 교과전담, 생활정보 부장
2023년 1학기 4~6학년 영어 교과전담, 생활과학정보 부장/ 2학기 3학년 담임, 생활과학정보 부장
2024년 5학년 담임, 인성과학정보 부장

 
 
단순하게 적었는데도 하나씩 적어보니 양이 많다. 나중엔 이런 것도 기억이 희미해질 것 같다. 내 전공은 망각이니까. 😭
 
이 케이크가 얼마나 높은 크레이프가 될지는 모르지만 재밌어 보이는 것을 좇다 보니, 다른 기회가 왔고, 또 그 기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으며 한 겹 한 겹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을 잘 기록해 두었으면, 나도 읽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아쉽다. 예전에 O호가 그랬었지, "누나도 누나의 것들을 잘 기록해 둬."라고. O호도 기억 못 하겠지만, 그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이렇게 늘 옆에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을 안 듣네 ㅎㅎ
 
 
 
흠.
초임 교사로 부임해 알게 된 '학교'라는 곳은 매년 새로 담당할 학년과 업무를 정할 때 더 편한 것, 더 쉬운 것을 맡으려고 머리를 굴려야 하고 뒤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었다. (아이들 가르칠 고민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고, 일을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 (좀 치사해 보였음)
 
그래서 당시 OO희 교감님께 제가 해보겠다고 말씀드렸던 게 나이스 업무였다. 나이스는 학교정보시스템인데 모든 교직원에게 시스템 사용 권한을 부여하고 다루는.. 그런 업무이다. 당시 학교에 대해 아는 게 없었던 나에겐 나름 큰 도전이었다. 나는 그냥 나름 큰 업무를 맡아버려서 매년 반복되는 업무 선택의 소용돌이에서 쿨하게 빠져나오고 싶었다. 치사하게 빠져나오지 않고 ㅎㅎ 교감님은 이렇게 말하는 내가 약간은 다른 선생님들과 달라 보이셨던 것 같다. 뭔가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2019년 2학기에 새로 부임하신 OO원 교감님 덕분에(?) 2020년부터는 부장까지 하게 되었다. 아직 1급 정교사도 되지 않았는데 부장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것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내 생각에, 내가 교감님께 어떤 인상을 처음으로 남겨드렸던 것은 출장과 관련해 메시지로 말씀을 드렸을 때였다.
 
그때 나는 학기 초 O선이의 추천으로 '서울희망교실' 예산을 신청해 쓰고 있었다. 그리고 방과 후에 우리 반 아이들과 영화관으로~ 진로체험관으로~ 박물관으로~ 나갔다. 그리고 근무시간 내에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는 것은 출장 복무를 올려야 했다. 
 
나는 출장 복무를 올리면서 새로 부임한 교감님께

교감선생님, 서울희망교실 운영으로 출장 복무 올렸습니다!
1학기부터 하고 있던 건데 아이들과 같이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 거라 앞으로 몇 번 더 나갈 예정입니다.
관련 공문도 파일로 첨부해 드립니다.

라고 메시지를 드렸다. 교감님께서는 파일까지 첨부해 줘서 고맙다며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 주셨다. 이때 교감님께 내가 알잘딱깔센의 인상을 남겨드렸던 건가?
 
그다음에는 교감님이 교육지원청에서 하는 전보서류검토 업무를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다. 초임교사였던 나는 교감님과 말씀 나눌 일도 거의 없었어서 이렇게 말씀해 주신 게 신기했다. 며칠 동안 퇴근 시간이 저녁 8~9시로 늦춰지는 고강도 업무였지만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교육지원청에 오가는 길에 교감님과 차를 같이 타고 다니면서 이러저러 이야기도 하게 되었고 전보서류검토 업무를 하며 교감님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면서 교감님께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업무에 나를 불러 주신 것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전보서류검토 업무를 할 때도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1차 검토, 2차 검토가 있는데 2차 검토 시즌 때였나? 우리 학교 한 학생이 2층 창문을 넘어 1층 야외에 있는 통로 지붕을 뚫고 땅으로 떨어졌다. 지붕에서 충격이 한 번 걸러져서 그런지 다행히 아이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학교 전체가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사후 처리 때문에 당시 관리자분들이 고생을 하셨다. 그래서 교감님이 서류검토에 몇 번 참여를 못하신 기억이 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OO원 교감선생님은 나에게 부장교사를 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네?? 제가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인생이 한 겹 한 겹, 흘러왔다. 이것 말고도 신기한, 재미있는 그런 일들이 많은데 다음에 또 기록해야겠다. 자자!!! 
 
 
 

늘 칭찬의 박수를 쳐주셨던 고맙고 감사한 OO원 교감님 😊